2009년 11월 1일 일요일

드라이클리닝 해주세요

photo by pureandapplied

비싼 옷이 더러워 졌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세탁소를 찾아가서 '드라이 해주세요' 한마디와 함께 이름을 적고 오면 만사 해결인 걸까?
물론 틀린 행동은 아니지만 그건 마치 길을 걷다가 배고파지면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밥줘'를 외치고 기다리는 것과 같은 행동이겠지.
보통 생각하기에 드라이클리닝은 세탁소 사장님의 전문적이고도 난해한 영역으로 여겨 별 관심을 갖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서 좀 알아볼 생각이다.

라이클리닝이란 쉽게 말하자면, 커다란 드럼세탁기에 물 대신 솔벤트라는 유기성용제를 부어서 의류를 세탁하는 것이지.
세탁소는 비유하자면 옷들이 모이는 대중탕같은 곳이다.
그래서 사용하는 기계 크기도 가정용 욕조와 목욕탕 욕조의 차이만큼 크게 난다.
그리고 집에서와 달리 틀었을 때 기름이 쏟아지는 수도꼭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사용하는 솔벤트는 재활용방식을 거치고 있어.
드라이클리닝 세탁기에 2개의 기름탱크가 달려 있다.
기름과 소프(드라이크리닝 세제)가 섞여 있는 첫번째 기름탱크속의 용제가 드라이크리닝 기계속으로 들어와 의류함께 회전하다가, 필터를 통해 1차 걸리지고, 다시 기름탱크속으로 들어가는 순환방식으로 세탁이 되는거지.
그리고 헹굴 때는 순수 기름만 담긴 두번째 탱크에서 드라이크리닝 기계속으로 용제가 들어와서 반복순환하면서 헹궈내는 거고.
마지막 탈수할 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돌리면서 옷에 남은 기름성분과 오염물질들을 강력하게 털어내는 거야.
이렇게 2개의 탱크에 들어 있는 기름들은 계속 돌고 도는 거다.
증발하거나, 일부 의류에 묻어 나와 감소되는 기름만큼만 재충전하면 기름은 영원히 계속 사용될 수 있는 원리지.

photo by //amy//

싼 옷들에 드라이클리닝 표시를 붙여 놓은 건 그 방법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옷에 묻은 지용성 오염물질을 잘 제거해 준다.
집에서 하는 물세탁으로는 잘 지워지지 않는 기름때 같은 것들은 같은 기름에 담궈 세탁해야 잘 없앨 수 있다는 얘기지.
만약 기름이 녹여낼 수 없는 오염이 있더라도 오염 자체를 섬유로부터 들뜨게 하는 박리 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탈수 과정에서 오염물질들이 쉽게 떨어지게 된다.

번째, 세탁 후에 옷을 보호할 수 있다.
드라이클리닝을 할 때 사용한 기름성분은 세탁 후에도 섬유 조직의 겉과 속에 미세하게 남아있거든.
얘네들이 수분이나 수용성 오염으로부터 옷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
드라이클리닝을 한 번 한 옷은 잘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얘기지.

번째, 세탁하는 동안의 옷의 손상이 적다.
기름은 물보다 가볍거든.
세탁기 안에서 기름과 옷이 함께 회전할 때, 물보다는 적은 마찰력과 저항이 가해져서 옷의 형태 보존이 잘 된다는 거지.
또한, 드라이클리닝을 한 옷은 다림질이 잘 먹기 때문에 다림질을 하는 동안의 옷 손상도 훨씬 줄일 수 있다.

렇게 늘어놓으면 드라이클리닝이 무조건 좋은 것만 같지?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단점도 있다.

드라이클리닝 기름통 상태는 대충

첫번째, 수용성 오염물질은 잘 제거하지 못한다.
기름을 쓰니까 당연한 얘기지.
간장을 쏟은 드레스는 드라이클리닝을 해도 깨끗해 지기 어려워.
간장은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오염물질이거든.

번째, 물세탁보다 깨끗하게 빨아지지 않는다.
좀 황당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아까 말했듯이 기름은 물보다 적은 마찰과 저항을 준다.
한마디로 살살 빤다는 얘기지.
게다가 세탁소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망가진 옷보다는 덜 깨끗한 옷을 돌려주는 것이 유리하거든.

번째, 남아 있는 기름 성분은 과연 무엇일까?
물세탁 후에 옷에 남아있는 '물'이 해롭지 않은 건 50만년의 인류 역사를 통해 증명된 걸로 알거든.
드라이클리닝 후에 냄새를 살짝 풍기는 그 유기용제는 어떨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용하는 기름과 소프는 계속 재활용되는데, 과연 그 비싼 기름은 얼마마다 새로 교체가 되는 걸까?
5천원만 받고도 드라이 클리닝을 해주신 마음씨 좋은 세탁소 사장님만 아시겠지.
매우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으니까 혹시라도 아기옷이면 비싸더라도 드라이클리닝 하지 마시라.

가 좋건 싫건 어떤 옷들은 어쩔 수 없이 드라이클리닝을 해줘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지.
그리고 세탁소를 차리지 않는 한은 내가 직접 드라이클리닝을 할 방법은 아직은 없다.
그러면 좀 더 현명하게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방법은 뭘꼬?

저, 좋은 세탁소 사장님을 만나야 한다.
일단 보유한 세탁 기술에 대해 장인 정신을 가진 분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
그리고, 아까 세탁소를 옷의 대중탕이라고 했는데, 말하자면 깨끗한 물을 쓰고 자주 청소하는 목욕탕에 가시라는 얘기다.
그런 세탁소를 찾는 방법은 불행히도 경험해 보시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이긴 해.
우리가 원하는 세탁의 99%는 일반적인 세탁이니까 특수세탁전문, 얼룩제거전문 이런 거에 현혹되지 마시길.
보상보험 어쩌고 하는 스티커도 별로 소용은 없다.
옷이란 건 한 번이라도 입으면 그 가격이 수직으로 추락하는 물건이거든.
동네 세탁소 몇 군데를 경험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면 몇 달 안에 찾아낼 수는 있을거야.
혹시라도 두 대의 드라이클리닝 기계를 갖추고 밝은 색 옷과 어두운 색 옷을 분리해서 세탁하는 곳을 발견한다면 그 곳은 일단 후보에 올려도 될거다.

번째, 세탁소 사장님과 대화를 해야 한다.
옷의 소재가 뭐라든지, 어떤 오염은 어떻게 생겼다든지, 그 전에는 언제 세탁을 했다든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가능하다면 의견을 구하시라는 거야.
옷에 붙어있는 세탁주의 표시는 의외로 쉽게 떨어지거나 지워진다.
어떤 옷들은 아예 이런 표시가 붙어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
요런 옷들은 원가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이거나, 또는 백화점이나 큰 유통업체에 같은 제품을 납품하고 나머지를 소규모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한 경우일 거야.
아무튼 미리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메모까지 남겨두면 세탁소 사장님의 능력을 좀 더 활용할 수 있다.

photo by Laura Appleyard

번째, 적당한 주기로 세탁을 해주시길.
오염이 생겼는데도 그냥 방치해두면, 그 옷은 세탁소가 아니라 재활용센터로 가게 된다.
목욕탕에서 때는 깨끗하게 벗길 수 있지만 피부병을 고칠 수는 없거든.
아까도 말했듯이 드라이클리닝은 그렇게 강력한 세탁방법이 아니야.
찌든 때를 지우기 위해서는 몇 차례의 강력한 세탁법을 동원해야만 하는데, 드라이클리닝을 요구하는 약한 옷들은 그 와중에 비틀어지고 손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

번째, 세탁후 관리도 약간은 필요하다.
세탁소 사장님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세탁이 끝난 옷을 건조시키는 부분이다.
세탁소의 건조대와 보관장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름 성분을 충분히 날려 보내지 못한 상태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찾아온 세탁물은 얼른 비닐커버를 벗겨버리고 바람 잘 통하고 햇빛 안드는 곳에다 하루이틀 걸어두시기 바란다.
또한 가능하다면 세탁이 끝나는대로 빨리 찾아오시길.
세탁소 사장님의 기쁨을 위한 부분도 있겠지만, 세탁이 끝난 옷이 가느다른 옷걸이에 매달려 비좁은 공간에 비닐로 덮여있다보면 멀쩡했던 옷도 변형이 생길 수 있다.
빨리 찾아와서 폭넓은 옷걸이와 적당한 공간에 보관해 두시는 것이 아끼는 옷의 건강에 좋다.

의 네 가지 모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
요 정도만 지켜주셔도 내 옷을 훨씬 오래, 이쁘게, 깨끗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것.
부디 알아 주시길.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바른 세탁법'에 관한 글들입니다.

▶ 빨래는 과학이다
▶ 세제, 바로 알고 바로 쓰기
▶ 향기 나는 섬유린스?
▶ 손빨래 제대로 하기
▶ 세탁기, 제대로 쓰고 계신가요?
▶ 드라이클리닝 해주세요
▶ 청바지의 올바른 세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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