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8일 일요일

청바지의 올바른 세탁법

바지가 더 이상 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모두들 공감하시겠지.

마땅히 입을만한 옷이 생각나지 않을 때, 또는 좀 더 세련된 스타일을 내고 싶을 때 쉽게 손이 가는 이 청바지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서 제 구실을 톡톡히 해주는 내 옷장의 착한 멤버중 하나다.

하지만, 청바지는 언제나 학대당하는 콩쥐다.

$20 정도 밖에 하지 않는 싼 청바지이든, $200을 넘게 주고 산 프리미엄 진이든 상관없이 세탁할 때가 되면 그냥 세탁기에 던져넣어 지거든.

하지만, 실제로 요즘 나오는 청바지들은 예전의 그것들과 달리 엄청나게 복잡하고 많은 가공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렇게 터프한 취급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원래 튼튼했던 데님원단도 복잡한 스티치, 부분염색, 다단계 워싱, 빈티지 가공, 장식물 부착 등을 거치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줘야 하는 연약한 아이로 재탄생하기 때문이지.

언제나 구박받고 학대 당하지만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해주는 청바지를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는다면 신데렐라의 엄마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 지도 모른다.

어떻게 내 옷장의 신데렐라를 제대로 대접할 수 있을지 좀 알아보자.

 

단, 청바지의 특성 중 가장 특징적인 점은 바로 '물빠짐'특성일 거다.

청바지의 느낌은 세탁을 할 때마다 달라진다고 할 만큼 물빠짐 현상은 청바지 고유의 특징이다.

물빠짐이 곱고 균일한 청바지는 세월이 갈수록 그 멋을 더해가지만, 그 반대라면 한 번 세탁한 다음엔 즉시 작업복으로 전락하기 마련이지.

청바지는 비싼거나 싼거나 상관없이 사용된 원단과 염색 방법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똑같은 관리방법이 적용된다.

 

빠짐을 곱게 만들기 위해서는 청바지를 산 후 처음 몇 번의 세탁이 특히 중요하다.

권장할 만한 방법은 일단 한 번 '드라이클리닝'을 해 준 다음에 입는 것.

옷을 입는 동안 생기는 마찰과 탈색이 생기기 전에 해주는 드라이클리닝은 옷 제작 과정에서 들어간 여러가지 화학물질들을 제거해줌과 동시에 섬유 표면에 얇은 막을 입혀서 한동안 마찰에 의한 탈색을 어느 정도 막아주거든.

아무 세탁소나 찾아가서 말없이 맡기면 95% 이상의 확률로 물세탁을 하게 될 테니까 반드니 믿을만한 단골세탁소를 찾아 꼭 드라이클리닝을 해달라고 확인을 받아놓으시기 바란다.

가끔씩 청바지 중에서 워싱가공 기법상의 특징 때문에 드라이클리닝을 할 수 없는 바지도 있다.

이런 경우는 세탁방법에 따로 표시가 되어 있으니까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라이클리닝이라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처리 방법도 있긴 하다.

염도가 높은 소금물에 한나절 정도 담궈 놓으면 된다.

소금은 청바지에 사용된 염료를 고착시키는 역할을 해줘서 세탁할 때 물빠짐이 천천히 균일하게 일어나도록 해주거든.

소금물 농도는 바닷물 정도로 많이 짜게 만들어야 되고, 찬물을 이용하셔야만 한다.

충분히 담궈놓았다가 맹물에 잘 헹궈 소금끼를 빼고 입어주시면 되겠다.

 

후로 세탁할 때도 신경을 써주실 부분들은 있다.

대부분 세탁기를 사용하실 텐데, 세탁기 빨래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썼으니까 거기서 읽고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데님원단은 물세탁을 할 때 물빠짐과 수축, 변형이 반드시 생긴다는 사실을 명심하시라.

적어도 아래의 사항들 정도는 늘 신경을 써 주셔야만 내 청바지를 계속 외출복으로 삼을 수 있다.

 

1. 제일 먼저 할 일은 세탁물을 분류할 때, 청바지는 청바지끼리 모아서 세탁하는 것.

터프한 데님 원단과 금속 부착물들이 다른 옷을 손상시키는 사태와 서로의 색깔을 주고 받는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방책 되시겠다.

 

2. 청바지를 세탁기에 넣을 때는 반드시 지퍼와 버튼을 모두 잠그고 뒤집어서 넣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미세한 수축이나 변형이 생기더라도 전체적인 형이 잘 유지될 뿐만아니라, 섬유 손상도 방지할 수 있다.

세탁망의 사용도 적극 추천 사항이다.

만약 빈티지 가공, 데미지 가공 등으로 올풀림이 생길 수 있는 청바지라면 세탁망을 꼭 사용해 주시길.

청바지 주머니에는 봉재 방법의 특성상 먼지와 실밥이 잘 껴있으니까 세탁 전에 미리 제거해 주시기 바란다.

 

3. 세제는 중성세제로, 물온도는 찬물로 선택하시라.

알칼리성 강력 세제와 산소계 표백제의 조합은 청바지의 염료들도 오염물과 같이 취급해서 깨끗하게 제거하려고 덤벼든다.

뜨거운 물이라면 그 공격력이 더욱 탁월해질 것이고 청바지의 사이즈와 핏라인은 더 이상 내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세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썼으니까 거기서 읽어 주시기 바란다.

 

4. 세탁코스는 10분 이내로, 탈수는 1분 정도만 하시길.

오랜 탈수는 강력한 세탁만큼이나 물빠짐을 불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5. 말릴 때는 그늘에서, 뒤집은 상태로, 거꾸로 길게 널어 말리시라.

말리는 동안에도 탈색과 변형과정은 여전히 진행된다.

적어도 요렇게 말리면 변색과 줄어듬, 비틀어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탁기의 건조 기능은 절대 사용금지.

 

6. 다 말렸으면 뒤집은 상태에서 가벼운 다림질을 해 주시길.

스판성분이 들어있는 청바지라면 굳이 다림질을 해주지 않는 것이 더 좋지만, 100% 면 청바지라면 가벼운 다림질을 해무릎이 나오지 않은 모양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 센스.

재봉선이 양 옆으로 가도록 펼치고 바지단을 길이 방향으로 살짝 당기면서 약하게 다림질을 해주는 동안 형태를 원래대로 잡아주시라.

 

7. 보관할 때는 다림질을 끝낸 그 상태로 거꾸로 길게 걸어 보관하시길.

단, 스판이 함유된 청바지는 행여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눕혀 보관하시는 것이 더 좋다.

양복바지처럼 줄을 잡거나 접어서 보관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형태 유지가 잘 된다는 사실.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바른 세탁법'에 관한 글들입니다.

▶ 빨래는 과학이다
▶ 세제, 바로 알고 바로 쓰기
▶ 향기 나는 섬유린스?
▶ 손빨래 제대로 하기
▶ 세탁기, 제대로 쓰고 계신가요?
▶ 드라이클리닝 해주세요
▶ 청바지의 올바른 세탁법

 

 

댓글 2개:

  1. 색다르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온통 즐기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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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별 - 2009/11/10 22:16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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