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일 일요일

식욕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금 다이어트를 계획하는 중이신가?
다이어트를 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
'다이어트'에 대해 어떤 느낌,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지 난 정확하게 알아 맞출 수 있다.
바로 '배고픔'이지.

신의 체중에 민감한 사람들은 90% 이상 자기의 체중문제와 두 가지의 무기로 싸운다.
바로 꼼꼼한 칼로리 계산과 강철같은 의지력이다.
하지만, 굶거나 적게 먹으면 당연히 배고픔은 생기기 마련이고, 유일한 해결책은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는 것 뿐이다.
청테이프로 입을 막아도 식욕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왜냐하면, 식욕은 입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뇌에서 생기는 것이거든.
지난 번 다이어트를 실패로 몰고간 가장 강적으로 여기고 있는 식욕.
바로 그 놈의 정체에 대해 심리학적이 아닌 생물학적인 공부를 해볼 때가 되었다.

제로 식욕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별로 오래 되지 않았다.
배부름을 느끼게 만드는 호르몬은 1994년에, 폭식을 하게 만드는 호르몬은 1999년에야 발견되었거든.
그 전까지는 과학자들도 췌장에서 나오는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에 의해 배고픔이 조절된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으면 인슐린이 분비되고 음식을 분해해서 만들어진 포도당을 간과 근육으로 보내고, 남는 것들은 지방으로 만들어 축적하게끔 만든다.
그 다음에 분비되는 글루카곤은 인슐린의 적수로 혈당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게 하고 혈액 내의 지방분해 작업을 준비한다.
일시적인 배고픔은 이 두 가지 호르몬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맞아.
하지만, 본격적으로 식욕 그 자체를 조절하는 호르몬은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이다.

렙틴의 생쥐실험, U. of Oregon

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인데,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
위장에 음식이 채워지면 소장에서 나오는 CCK(cholecystokinin)란 물질에 의해 더 많이 분비된다.
렙틴은 다시 CART(Coccain amphetamine regulated transcript)라는 물질을 증가시켜서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포만중추를 자극한다.
그러면 우리는 '배부르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거야.

음 렙틴을 발견했을 때 드디어 비만에 대한 확실한 치료제를 찾았다는 생각에 난리가 났었데.
쥐한테 실험을 해보니까 렙틴을 못만드는 쥐는 100% 비만이 되는 것이 밝혀졌고, 뚱뚱한 쥐에게 렙틴 주사를 놓았더니 살이 빠지는 것도 관찰되었거든.
그래서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은 렙틴부족이라고 확신했다는 거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람한테는 렙틴을 처방해줘도 효과가 10% 미만으로 나오더라는 거야.
알고보니 비만인 사람들은 이미 렙틴이 충분히 분비되고 있었다는 것.
이미 '렙틴 저항성'이 생겨 있어서 렙틴을 추가해봤자 별 소용이 없는 상태였다는 거다.

photo by The Cornballer

렐린을 발견하고 나서야 식욕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어.
그렐린은 위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시상하부에 NPY(Neuro Peptide Y)라는 물질을 활성화시켜서 섭식중추를 자극한다.
그러면 우리는 즉시 일주일 굶은 사자처럼 배가 고파지는 것이지.
그렐린이라는 애는 위장이 비었을 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만약 굶기와 적게 먹기 위주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으면 그렐린의 분비량은 폭발적으로 늘 수 밖에 없다.
결국 의지력은 끊임없이 시험당하게 되고, 마침내는 부엌으로 달려가 냉장고 문을 활작 열게 되는 거야.

아무리 의지가 굳은 사람도 호르몬이 일으키는 생물학적인 신호에는 이길 방법이 없다.
원래 우리의 몸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거든.
결국 식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우리 뇌의 포만중추를 조절할 줄 알아야 된다는 거야.
포만중추는 NPY에 의해 작동이 억제되거나 CART에 의해 작동이 촉진된다.
그런데 포만중추의 수용체는 그 숫자가 제한되어 있거든.
만약 그렐린에 자극받은 NPY가 수용체 공간을 먼저 차지하면 계속 배가 먹을 것이고, 렙틴에 자극받은 CART가 먼저 차지하면 숟가락을 놓는거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NPY는 갈증, 수면부족, 성(性)적 욕구불만 상태일 때도 많이 생기더라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배고픈 것과 거의 같게 느끼는 것이지.

통 우리는 뇌에서, 혈관에서, 심장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들은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음식의 종류 선택하는 방법으로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물질들을 바꿀 수 있고,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주기를 바꿀 수 있다.
식욕에 관련된 화학반응은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갈증, 수면부족, 성적 욕구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렙틴 저항성은 없애고, 그렐린의 분비를 줄여주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조절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하나씩 살펴보자.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식사와 몸매관리'에 관한 글들입니다.

▶ 나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
▶ 식욕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 식욕의 과학적인 조절방법


댓글 1개:

  1. 음.. 꽤나 자세하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