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좋은 가죽 고르기 1 - 이거 진짜 가죽이야?

죽만이 띌 수 있는 특유의 질감과 쉬크한 매력은 시대를 초월한다.
내 스타일에 맞게 잘 고른 가죽자켓은 순식간에 섹시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더해주지만, 잘못 고른 가죽 아이템은 지갑을 텅 비우는 데만 큰 공을 세우기 마련이다.
가죽 아이템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가격의 결정 요소에 있어서는 소재가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착실하게 등급과 가격이 비례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내가 가죽 제품을 살 때 들을 수 있는 설명은 양가죽, 소가죽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요즘은 합성피혁의 제조 기술이 워낙 좋아져 비전문가는 인조가죽과 천연가죽을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매하는 사람이 '좋은 가죽'이라고 말할 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죽'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다.
그 '좋다'는 표현 안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이 섬세하고 촉감이 부드럽고 가벼운 가죽을 말할 수도 있겠고, 복잡하고 힘든 가공 과정을 거쳐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컬러나 질감을 얻어낸 가죽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며, 때로는 관리하기 쉽고 터프한 가죽을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다.
결국 선택은 내 몫인 거고, 알아야 제대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지.
하지만 고급 가죽 제품이라고 해서 때가 덜 타거나 더 튼튼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마시길.
오히려 더 까다로운 관리를 필요로 하며 관리가 따라 주지 않으면 무거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잡한 얘기를 하기에 앞서, 실제로 제일 도움이 될만한 좋은 가죽을 고르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가죽을 잘 고르기 위해서는 가죽이 갖는 특성뿐 아니라, 가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해야 하지만, 비교적 일반적이고 간단한 방법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우선 촉감으로는 가죽이 손에 닿았을 때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 따뜻한 촉감과 균일한 두께를 가진 것을 찾는다.
가죽이 두껍다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다.
원피에서 불필요한 기름기와 지방질등을 제거한 상태에서 두께감이 있는 가죽이 좋은 가죽이고, 같은 두께와 넓이라면 가벼운 가죽이 고급이다.
옷에는 양가죽과 소가죽을 주로 사용하는데 양가죽이 소가죽보다 고급이며 더 가볍고 부드럽고 촉감도 좋다.
소가죽 중에서는 어린 소나 암소 가죽이 더 가볍고 고급이다.
시각적으로 봐서 좋은 가죽은 표면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고 상처가 적은 것, 광택과 염색이 균일한 것이다.
가죽 표면이 완벽하게 동일한 무늬의 반복이거나 흠집이 전혀 없다면 천연가죽인지를 의심해 봐야한다.
살아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런 광택이 나면서 확대해 봤을 때 미세한 주름과 모공이 살아있으면서 그것이 작고 균일할수록 고급 가죽이다.
최대한 흠집을 숨기기 위해 첨단 도장 기법을 활용하지만, 미세한 흠집은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잔주름과 모공이 전혀 없거나 지나치게 균일하면서 색이 진한 것은 합성피혁일 수 있다.

러면, 합성피혁인지 천연가죽인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일빈적인 방법으로는 냄새로 구별할 수 있다.
천연가죽은 원피에 내구성, 색상, 광택을 더하기 위한 약품 처리를 하기 때문에 특유의 냄새가 있다.
따라서 약품 냄새가 전혀 없다면 인조가죽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 가죽들은 정교한 약품처리와 탈취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약품냄새가 거의 안나는 경우가 있다.

번째로 표면 무늬와 촉감으로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약간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부드러운 천연가죽은 만졌을 때 다른 사람의 피부를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천연가죽은 목, 배, 등, 허리등의 부위에 따라 표면 무늬가 조금씩 다르고 결 또한 다르다.
표면의 미세한 패턴과 촉감이 천편일률적이고 사람 피부를 만졌을때와 같은 따스한 느낌이 없다면 인조가죽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가끔 가방이나 옷에 달려있는 샘플가죽과 실제로 쓰인 가죽이 다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보통 샘플가죽은 상품 제작에는 적합하지 않은 목이나 배 부위로 만들기 때문에 주로 등허리부위의 가죽을 사용한 본체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가죽에 두꺼운 코팅이 입혀졌거나 에나멜, 우레탄 등으로 가공된 가죽에는 쓸 수 없다.

지막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잘라서 가죽의 단층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천연가죽이나 인조가죽이나 표면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으나 모두 코팅을 하기 때문에 표면을 살찍 벗기는 것만으로는 진위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천연가죽의 경우 전체가 1개의 층으로 된 가죽위에 코팅을 하기 때문에 갈라보면 전체가 1개의 층으로 되어 있고 이면쪽에는 코팅처리를 안한 것이 보인다.
인조가죽의 경우에는 바깥쪽은 천연가죽과 거의 유사하게 만든 얇은 합성피혁층이고 안쪽면은 주로 원단 재질의 천을 댄 형태여서 천연가죽보다 쉽게 갈라지고 다른 모양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완성품 상태에서 사용하려면 제품의 파괴를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실 아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가죽 완성품을 척 보고 "이건 1~2월 경에 얻어진 A-등급 full-grain main season lamb skin nappa로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려면 지식이 약간 필요하다.
다음 글에서부터는 가죽의 종류, 등급, 생산공정 등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 볼 생각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가죽 제품에 사용되는 용어들을 알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니까.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가죽의류'에 대한 글들입니다.

▷ 좋은 가죽 고르기 - 이거 진짜 가죽이야?
▷ 좋은 가죽 고르기 - 동물에 따른 가죽의 종류
▷ 좋은 가죽 고르기 - 가공법에 따른 가죽의 종류
▷ 천연가죽 자켓 제대로 관리하기
▷ 무스탕, 토스카나 - 종류와 올바른 관리법

댓글 1개:

  1. 겨울이군요...^^ 예전 어느 광고카피처럼... 옷 장만을 위해서 맵시있고 고급스러운 가죽 쟈켓 하나 구입하고 싶어집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가죽옷이 너무 낡았네요... 헌데... ^^; 주머니가 여의치 않습니다.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