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천연가죽 자켓 제대로 관리하기

대로 만든 천연가죽의류는 무조건 비쌀 수 밖에 없다.
천연가죽의 크기는 한계가 있는데다가 반듯한 모양이 아니기 때문에 버려지는 부분도 많고 일부공정을 제외하고는 거의 수작업에 의해 선별되고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스타일에 맞게 잘 고른 가죽옷은 10년 넘도록 멋스럽게 입을 수 있으니 가죽자켓 한 벌을 사는 것이 그다지 손해보는 건 아니다.
물론 제대로 관리해 줬을 때의 얘기지만.

연가죽은 일반적으로 튼튼하다는 인식때문에 무척 터프하게 취급된다.
물론 천으로 만든 옷과 비교한다면 어지간해서는 찢기거나 구멍뚫릴 일은 없겠지.
하지만, 천연가죽은 스크래치나 얼룩이 생기기 쉽고 한 번 생긴 흔적은 잘 없어지지 않으며, 곰팡이가 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가죽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거나 변색될 수도 있다.

러워진 가죽 제품을 다시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일반 세탁소에서는 아예 불가능하고, 가죽 클리닝 전문점에 맡긴다 해도 어느 정도의 변색과 변형은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일단 장만한 가죽 자켓은 버릴 때까지 세탁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애초에 더렵혀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 되겠다.
아끼는 가죽 자켓을 장만하셨다면, 표면이 부드러운 벨벳 수건을 같이 하나 장만하실 것을 권하고 싶다.
옷장에 넣기 전에 벨벳수건으로 겉면을 한 번씩 닦아주는 것은 오염과 묵은 때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세탁은 어떻게??

대로 돈을 조금 아껴 보겠다고 콜드크림이나 바나나 껍질, 액체구두약 같은 쓸 데 없는 것들을 가죽자켓에 들이 붓는 행동은 삼가하시기 바란다.
정말로 심각한 오염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정말 안타깝고 난감한 것은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얼핏 본 기사, 아니면 제품광고를 맹신하고 너무 용감한 시도를 해서 옷을 망쳐버리는 경우들을 너무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포스팅한 동물에 따른 가죽의 종류가공법에 따른 가죽의 종류에서도 봤던 것처럼 가죽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고, 그 처리 방법 또한 날로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내가 가진 가죽옷이 가볍고, 부드럽고, 특별한 질감을 가진 가죽이라면 더 조심스럽고 전문적인 처리가 필요하다.
근거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얻은 검증되지 못한 정보들은 어쩌면 500년 전부터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가죽갑옷 관리법일지도 모른다.
테스트를 해봤다면, 과연 비싸고 섬세한 가죽을 대상으로 해서 2~3년이 지난 후의 결과까지 지켜본 것일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프리미엄급 가죽자켓을 만든 양가죽은 여리고 어린 양에게서 얻은 것이다.
언제나 6개월 된 어린 양처럼 대해줘야 한다.
가죽 소파, 자동차 시트, 구두 따위를 관리하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구두나 가죽소파를 걸치고 다니게 될 거란 점을 명심하시길.

분적인 오염을 제거하는 가죽전용 클리너는 표면이 반질반질하고 단단한 가죽에만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클리너는 '나빠' 가죽의 겉표면만을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명심하시라.
스웨이드, 누벅, 샤모아 처럼 기모가 살아있는 가죽이거나, 표면에 아예 왁스를 입히지 않은 가죽이거나, 그 외의 특별한 표면처리를 한 가죽인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할 때는 아주 적은 양을 부드러운 천에 묻혀 천천히 원을 그리면서 닦아준다.
오염의 종류에 따라서는 미술용 지우개로 천천히 조금씩 문질러 주면 의외로 쉽게 지워진다.
클리너든 지우개든 너무 과하게 빡빡 문질러 대면 가죽의 색깔이 벗겨질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은 가죽에 입혀진 코팅과 염색까지 모두 벗겨낼테니 아예 가까이 하지 마시길.
의류에 사용되는 가죽은 일반적으로 가구나 구두를 만드는 가죽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섬세하기 때문에 함부로 가구용 왁스나 구두약을 사용하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다.
어른남자용 애프터쉐이브를 3~4개월 된 아기 속살에 바르는 걸 한 번 상상해 보시라.
제품이 원래 대상으로 하는 가죽과 종류가 다를 경우, 딱딱해진 가죽과 얼룩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의류용 가죽에 사용할 수 있는 가죽전용 왁스는 따로 있다.
모든 제품은 사용하기 전에 반드지 잘 보이지 않는 부위에 소량을 시험해보시기 바란다.

웨이드나 누벅, 샤모아는 극도로 때가 잘 탄다.
미리 오염원으로부터 멀리해야 하고 때가 탔으면 최대한 빨리 가죽 전용 지우개나 브러쉬로 문질러 털을 일으켜 주시라.
전용 브러쉬가 없다면 부드러운 칫솔을 쓰면 된다.
아주 부드러운 누벅이나 스웨이드라면 미술용 지우개나 식빵 조각으로 때를 흡수시키는 것도 좋다.

팡이는 가죽 제품에 생길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오염이다.
초기에 발견했다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가죽 조직의 속까지 곰팡이가 파고들었다면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일단 곰팡이를 발견하면 즉시 마른 수건과 마른 브러쉬를 이용해 털어낸다.
그 다음 약국에서 파는 소독용 알콜을 부드러운 천에 묻혀 오염부위를 잘 닦아내면 제거할 수 있다.
알콜은 금방 휘발되기 때문에 가죽에 잘 흡수되지 않지만, 알콜을 직접 가죽에 붓는 것은 삼가하시기 바란다.
봉제선과 주머니 안쪽까지 꼼곰하게 모두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다시 번질 수 있다.

기간 보관할 땐 커버를 씌워서 길게 걸어 보관하시기 바란다.
통풍이 잘 되는 천 커버를 씌워 보관하는 것이 습기와 곰팡이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비닐커버는 단기간 보관할 때 다른 옷들과의 마찰이나 오염을 방지하는 정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천연가죽제품끼리, 또는 인조가죽제품이나 비닐 제품과 직접 닿은 상태로 오래 두면 이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가끔 습기를 예방하기 위해 실리카겔 등의 제습제를 주머니에 넣는 경우가 있는데, 가죽의 종류에 따라서는 쭈글쭈글해 지거나 변색이 생길 수도 있다.
제습제는 반드시 멀리 떨어뜨려두기 바란다.
구두나 가방을 보관할 때는 안에 종이를 채워 넣으면 변형과 습기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가죽의류'에 관한 글들입니다.

▷ 좋은 가죽 고르기 - 이거 진짜 가죽이야?
▷ 좋은 가죽 고르기 - 동물에 따른 가죽의 종류
▷ 좋은 가죽 고르기 - 가공법에 따른 가죽의 종류
▷ 천연가죽 자켓 제대로 관리하기
▷ 무스탕, 토스카나 - 종류와 올바른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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