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0일 화요일

속옷 이야기

계에서 가장 깨끗하게 산다는 한국과 일본 사람들이 들으면 기절할 얘기지만, 유럽 사람들은 놀랍게도 수세기 동안 거의 몸을 씻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아시는지?
내의가 추위를 막아주는 것 이상의중요한 역할을 해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더러운 몸의 때가 겉옷에 묻지 않게 해주었던 것이지.
규칙적으로 목욕을 즐겼던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습관이 문명세계에 재정착된 것은 18세기 말에 이르러서의 일이었다는 것이지.

네상스 시대 이전에는 왕의 것이든, 농부의 것이든 내의에서는 멋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어.
남 앞에 내보이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
속옷을 남들 앞에 보이는 것은 간통한 여인이 자기 죄를 자백할 때나, 적을 정복했을 때 그들에게 굴욕감을 안겨주기 위해 쓰던 하나의 '형벌'이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여왕 시대에 와서는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부자연스럽게 허리를 바짝 조이는 것을 조아하게 되면서 내의는 옷맵시를 내기 위한 기본 수단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떠맡게 되었어.
여자들은 세겹이 속치마로 몸을 감싸고 다녔지.
부자들은 피부에 낳는 내의로 실크를 특히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촉감이 부드러운 것 뿐만 아니라 모직물에 비해 '이'가 잘 달라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해.

Photo by MathieuB

Old fashioned underwears

1500년대에서 1800년대까지 약 300년 동안 상류층 여자들은 나폴레옹 시대의 헐렁한 '제국식'스타일을 제외하고는 줄곧 상반신을 콜셋으로 무지막지하게 졸라맸고 하반신은 크레놀린으로 옷을 한껏 부풀려 입었다.
그러려면 강철, 가죽, 고래뼈 등으로 만든 장치가 필요했는데, 이 위험한 허영심 때문에 때로는 숨도 제대로 못쉬고 졸도하는 여자들이 즐비했고, 결국 여자는 연약하다는 통념을 만들게 되었어.
여자들이 허리를 어찌나 단단하게 조였던지,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를 다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해.
어느 분별있었던 아버지는 허리를 조여야한다는 자기 딸들의 강박관념을 개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는군.
"내 딸들은 서지도 앉지도 걷지도 못한다. 그 애들이 허리를 굽히기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내 딸들은 항상 배가 아프다고 불평한다."
실제로 딸 하나가 몸을 굽혔을 때 콜셋이 굉음과 함께 파열되면서 그 딸은 땅바닥에 자빠지고 말았다지.

러면 이런 모든 속옷들 속에는 과연 무엇을 입었을까?
영국 여자들은 1700년대 말까지도 속바지를 입지 않았어.
그러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서 무릎 아래를 얌전하게 리본으로 묶는 헐렁한 속바지를 입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여자의 속바지는 품위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속바지란 것이 원래 남성용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지.
그러나 유행의 물결을 따라 그런 속바지는 사라지고, 이내 레이스를 단 매혹적인 속바지가 흔들리는 크리놀린 밑으로 살짝 드러나게 되었다.
젊은 남자들이 아가씨를 붙잡고 몇 시간동안이나 스윙댄스를 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

photo by sunrise.seven

Underwear models

양 남자들 역시 허리를 잘록하게 하거나 다리를 모양있게 보이기 위해 거추장스런 속옷과 패드를 입어야만 했다.
1770년대에는 종아리가 바싹 마른 남자들이 몸에 착 달라붙는 승마용 바지를 입을 때는 장딴지에 패드를 대고 가죽끈으로 꽁공 묶었다지.
여자들이 브래지어 속에 패드를 넣는 것과 비슷한 의도였던 것 같아.
남자들의 코르셋은 별로 언급되고 있진 않지만, 1차대전 때 독일군은 배불뚝이 장교들에게 실제로 콜셋을 지급했었다고 해.
좀 더 근래에는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과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도 콜셋을 입었다는군.
미국의 상·하원의원들 중에도 상당수가 몰래 콜셋을 입는다는 얘기가 떠도는데 누군가 사실관계를 확인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댓글 2개:

  1. 재밌는 이야기와 정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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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별 - 2009/11/10 22:14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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