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좋은 가죽 고르기 3 - 가공법에 따른 가죽의 종류


류는 오래전부터 동물의 생가죽이나 털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동물에서 얻어진 생가죽인 원피(rawhide)는 쉽게 분리되고, 부패되거나 건조 중에 딱딱해지기 때문에 원상태로는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생가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태닝(tanning, =무두질, 제혁)공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거친 것이 유피, 즉 우리가 각종 제품에서 만나는 '피혁(leather)'이다.
피혁이 완성되기까지의 공정은 가공업자에 따라 다양하고 각각의 특성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의 방법들은 장인의 비법으로 감춰져 있거나 특허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경우가 많아 완전히 알려져있지 않은 것이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공 과정은 유사하다.
원피에서부터 우리가 제품에서 만나는 가죽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공정을 알아보자.

1. 준비공정
가죽은 태닝을 하기 전에 3가지의 주요 준비단계를 거친다.

1-1.수적(Soaking)
건조 또는 염처리된 스킨은 계면활성제, 염, 효소 등의 첨가된 물에 담그면 유연해진다.
이 단계에서 먼지가 제거되고 큐어링과 보존처리 과정에서 제거된 수분이 회복된다.

1-2 석회침(Liming)
털을 제거하고 느슨하게 해 주기 위해 약품으로 처리한다. 신발용 가죽으로 사용되는 두꺼운 하이드는 이 단계에서 분리된다.

1-3 제육(Fleshing)
가죽이 될 수 없는 부분을 기계로 잘라 내고 깨끗하게 정리한다. 마지막 단계로 스킨의 털을 깎고 평탄하게 정리한다.
두꺼운 가죽은 추가적으로 스플리팅(Splitting) 과정을 거쳐 탑-그레인과 스플릿으로 나눈다.

2. 태닝(Tanning, 무두질)
태닝 용액이 들어있는 드럼에 스킨을 넣으면 태닝 용액이 단백질 섬유 내부로 침투해 피혁섬유가 된다.
따라서 물에 대해 저항하고 분해가 되지 않는 등의 새로운 특성을 갖는 가죽이 만들어진다.
태닝의 방법은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음의 몇 가지 방법이 있다.

2-1. 식물성 태닝(Vegetable tanning)
나무껍질, 열매, 잎 등에서 얻어진 식물성 천연 추출물인 탄닌을 이용하는 가장 오래된 태닝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태닝된 스킨은 밝은 갈색 내지 어두운 붉은 갈색을 띠며 밝은 색상으로 염색할 수 없다.
통기성이 좋지만 무게가 무거운 편이고 습기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왁스나 오일을 입히는 추가적인 가공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물이나 오일에서 끓이면 갑옷이나 책표지를 만들 정도로 딱딱해진다.

2-2. 광물성 태닝
Chromium sulfate등의 크롬염을 이용한 크롬 태닝은 1858년에 개발된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고 의류용 가죽의 약 80%를 이 방법으로 만든다.
크롬 태닝을 거친 가죽은 회색빛이 도는 청색을 띄는데 추가적인 염색이 쉽고 습기에도 비교적 강하다.
그 밖에 알루미늄 염과 같은 무기염을 사용하기도 한다.
방향족 폴리머 화합물을 이용한 Synthetic tanning방법을 통하면 흰색 가죽을 얻을 수 있다.

2-3. 알데하이드 태닝/오닐 태닝
식물성이 아닌 유기물을 이용한 방법으로 크롬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가죽을 만들 수 있다..
Gluraraldehyde류의 화합물을 이용하면 아이보리색에 가까운 매우 연한 색상의 가죽을 얻을 수 있다.
동물의 뇌 성분을 이용한 Brain tanning, 대구 기름을 이용해 사슴가죽을 가공하는 샤무아(Chamois)등이 이 방법에 속한다.
샤모아 공정은 사슴과 엘크의 하이드와 깨끗한 면양의 스킨에 널리 이용된다.

2-4. 복합 태닝
여러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식물성 태닝 후 크롬으로 한번 더 태닝하는 의류용 반크롬(semi-chrome) 방법이 있다.

3. 태닝 후 가공
태닝을 거친 스킨은 완성품 가죽을 얻기 위해 여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친다.
 
3-1. 탈수, 건조 (Sammiering, drying)
태닝을 마친 가죽은 두꺼운 펠트를 씌운 롤러 사이를 압착하면서 통과시켜 수분을 제거한다.
이후 따뜻한 온풍 터널을 통과시켜 수분을 더욱 감소시킨다.

3-2. 면도(Shaving, Trimming)
균일한 두께를 얻기 위해 육면을 긁어내고 깎아낸다.
 
3-3. 염색(Dyeing)
드럼에 담그는 방식인 드럼 염색이 가장 일반적이며 다양한 종류의 염료, 특히 산성염료가 사용된다.
스프레이 염색은 얼룩을 만드는 블로치(blotch) 효과를 낼 때 사용된다.

3-4. 스테이킹(Staking)
가죽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늘이고 구부리는 공정을 반복한다.
두꺼운 가죽인 경우에는 좀 더 강력한 dry milling 방법이 사용된다.

3-5. 연마, 스웨이딩(Buffing & Sueding)
필요에 따라 연마기로 은면을 연마해 고른 표면을 얻는다.
스웨이드로 가공할 가죽은 표면 마찰을 위해 금강사지를 이용해 육면(Flesh side)을 연마한다.
누벅(nubuk) 가죽은 은면을 연마해 가벼운 기모를 일으킨다.

3-6. 코팅(Coating)
은면에 광택을 내고 보호하는 코팅을 한다.

3-7. 광택, 왁싱, 엠보싱, 워싱(Polishing, Waxing, Embossing & Washing)
가죽에 추가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가공법들이 가해진다.


4.가공법에 따른 가죽의 분류
가죽은 가공 과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4-1. 풀-그레인(Full grain)
풀-그레인 가죽은 양질의 가죽을 태닝해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가공한 가죽이다.
은면을 그대로 살려 염색 가공하고 광택을 냈으므로 천연가죽 특유의 모공이 살아있어 통기성이 있고 부드럽다.
품질과 상태가 가장 좋은 원피들로만 제작되며, Natural grain이라고도 부른다.
마무리 염색 작업은 아닐린, 또는 세미 아닐린 가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2. 탑-그레인(Top grain)
탑-그레인 가죽은 두꺼운 원피에서 스플리팅 가공을 거쳐 얻은 가죽 가운데 은면을 가진 쪽이다.
풀-그레인 가죽에 비해서는 등급이 떨어지는 원피로부터 얻어지고, 은면의 상태를 좋게 만들기 위해 갈아내거나 추가적인 염색 등의 가공을 해 만들어진다.
표면의 흠집이나 흔적을 가리기 위해 은면을 완전히 가릴 정도의 가공이나 코팅이 가해진 탑-그레인 가죽은 별도로 코렉티드-그레인(Corrected-grain)가죽이라고 부른다.
흔히 구두의 갑피에 쓰이는 '복스(box)'가죽은 코렉티드-그레인의 일종이다.

4-3. 스플릿(Split)
스플릿 가죽은 원피에서 탑-그레인을 분리해낸 육면(flesh side)쪽의 가죽으로 양쪽 표면의 질감이 거의 동일하다.
원피의 두께가 충분히 두꺼운 경우에는 스플릿을 두겹까지 얻어낼 수도 있는데 이때 은면에 가까운 쪽을 middle split, 더 안쪽면을 flesh split이라고 한다.
육질면의 독특한 질감과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스플릿은 가죽은 주로 튼튼한 스웨이드 가죽용으로 사용되지만, 표면 가공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질감을 가진 형태로 재가공되기도 한다.

5. 염색 후가공에 따른 분류

5-1 풀 아닐린(Full aniline)
천연 가죽의 색상과 질감을 그대로 살리는 염색기법이다.
힘줄, 핏줄, 흠 등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표면에 코팅이 올라가지 않아 부드럽고 통기성이 좋다.
마찰이나 습기와 오염에 약하다.
 
5-2 풀업 아닐린(Pull up aniline)
아닐린 가죽에 오일이나 왁스 효과를 입히는 염색기법으로 오일 풀업이라고도 한다.
풀 아닐린 가죽과 거의 같은 외형과 성질을 가지지만, 습기와 오염에 좀 더 강하지만 마찰에는 여전히 약하다.
사용하는 데 따라 오일이 조금씩 벗겨진다.

5-3 세미 아닐린(Semi Aniline)
아닐린 염색을 한 후 표면에 매우 얇은 코팅막을 입히는 피그먼트와 아닐린의 혼합 기법이다.
아닐린 가죽과 거의 유사한 부드러움과 질감은 유지하면서 표면보호 효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5-4 피그먼트 (Pigmented, Opaque)
은면의 고르지 못한 손상을 덮기 위해 불투명한 염료를 씌우고 연마, 코팅을 거친 가죽이다.
다소의 방수및 보호 효과를 가지게 되지만, 천연소재의 질감을 떨어뜨리고 색감이 탁해진다.

5-5 바이캐스트(Bycast, Coated leather)
스플릿 가죽의 표면을 고르게 정리한 후 두꺼운 염료 코팅막과 폴리우레탄 층을 덧씌우는 방법이다.
균일한 컬러와 반짝이는 질감을 얻을 수 있지만 표면이 마찰과 열에 약하다

6. 그 외의 가공법에 따른 명칭
가죽에 가해진 가공법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 나빠(Nappa,Napa)
은면을 안료로 처리하여 광을 낸 가죽이다.
털을 녹이고 크롬 태닝을 거친 후 표면을 매끈하게 가공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가죽.

⊙ 엠보싱(Embossing)
고압의 프레스나 롤러로 가죽의표면에 무늬를 넣은가죽이다.
가죽원판에 무늬를 찍은 가죽을 말한다
 
⊙ 슈링크, 슈렁큰(Shrink)
가죽의표면을 양품으로 수축시켜 은면에 주름이 가도록가공한 가죽이다.
쭈글거림을 모미라하고 가죽전체에 자연스러운 모미가 있다
빈티지한 느낌을 줘 캐주얼 브랜드에서 많이 사용하며 가죽이 두껍다.

⊙ 페이턴트(Patent)
가죽의표면에 에나멜이나 우레탄으로 코팅한 것으로 카프나 키드등으로 가공해 부드럽고 거울같은 광택이난다.
합성피혁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천연가죽이다. 수분에 강하고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 펄 (Pearl)
카프나 키드등의가죽표면에 조개가루나 어분등을 스프레이처리한 것으로 진주와같은 광택을 낸 것.
 
⊙ 스웨이드 ( Suede )
가죽의 육면을 버핑(buffing)해 만든 가죽으로 은면이 좋지 않은 어린 소가죽을 많이 이용한다.
보통 세무라고 말하는 가공상태로 가볍고 부드럽지만 때가 잘 타고 강도가 약한 편이다.
 
⊙ 벨로어 (Velour)
스웨이드와 가공방법은 같으나 버핑된 털이 길고 질이 낮다.
 
⊙ 누벅(Nubuck)
가죽의 은면을 가볍게 갈아내어 벨벳(velvety)같은 감촉의 기모를 일으킨 것.
스웨이드보다 부드럽고 보슬보슬한 촉감을 갖지만, 원가가 높고 때가 잘 탄다.

⊙ 벅 스킨(Buck skin)
숫사슴의 가죽을 누벅의 가공방법보다 좀더 깊게 가공한 것.
 
⊙ 샤모아(Chamois)
세무란 말의 어원이다.
양, 영양, 사슴등의 가죽을 오일 태닝한 다음 은면을 제거하고 버핑한 것으로 안경닦이처럼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질감을 갖는다.
오일만으로 무두질 한 것을 풀 오일 샤무아(full oil chamois)라 하고, 어유와 프롬알데히드(formaldehyde)를 섞어서 만든 가죽을 콤비네이션(combination chamois)라고 한다.

⊙ 베지터블(Vegetable)
식물성 태닝을 거친 가죽을 말한다.
추가적인 태닝을 거친 경우에도 종종 베지터블이라고 불린다.

⊙ 브러쉬 업(Brush up)
가죽을 겉색과 안쪽 색상을 다르게 입힌 후 부드러운 천으로 강하게 문질러서 색상을 낸다
특이한 멋이 있지만 수가공이라 색상이 고르지 못하다.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글들입니다.
▷ 좋은 가죽 고르기 - 이거 진짜 가죽이야?
▷ 좋은 가죽 고르기 - 동물에 따른 가죽의 종류
▷ 좋은 가죽 고르기 - 가공법에 따른 가죽의 종류
▷ 천연가죽 자켓 제대로 관리하기
▷ 무스탕, 토스카나 - 종류와 올바른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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