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1일 수요일

세탁기, 제대로 쓰고 계신가요?

CCL by evan romine

마 집집마다 있는 세탁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요즘 나오는 세탁기들은 모두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다 처리해 주는데?
당연히 세탁기버튼 누르는 방법 얘기를 할 건 아니고, 대리점에서 알아서 해주는 설치방법 얘기도 안할거다.
세탁기를 쓸 때마다 조금만 더 신경쓰면 옷 손상은 줄이면서 훨씬 깨끗하게 세탁할 수 있는데 그냥 귀찮아서, 아니면 몰라서 그냥 넘기고 있는 부분들을 꼬집어볼 작정이다.
특히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성능이 불만스러우신 언니나 세탁기를 새로 사려고 하시는 언니는 먼저 읽어보면 좀 도움이 될거다.

◎ 일반세탁기? 드럼세탁기?

집집마다 드럼세탁기를 장만하는 것이 유행이더니 요즘은 다시 일반세탁기가 잘 팔린단다.
와류형의 일반세탁기가 아무래도 세척력이 더 좋아서 한국 여자들의 깔끔한 취향을 더 잘 만족시켜주기 때문이겠지.
드럼세탁기는 원래 유럽의 생활스타일에 적합하게 설계된 제품이라 걔네들의 입맛에 맞춘 부분들이 많다.
그 동네는 전기료가 싸고 물값이 비싸기 때문에 물은 적게 쓰고 전기를 좀 더 쓰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특히 외국산 제품을 갖고 있다면 걔는 국산 제품과 비교하면 전기먹는 하마 수준일거다.

CCL by elaine faith

드럼세탁기의 장점은 일단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건조까지 되는 사용의 편리함일 거야.
세탁방식은 낙차식이라 섬유간 마찰과 엉킴이 적기 때문에 옷의 손상도 적다.
반면에 단점은 오래 걸리는 세탁시간과 상대적으로 약한 세탁력, 그리고 건조까지 할 경우 전기소모량이 엄청난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가격이 비싼 점과 상대적으로 고장이 잦은 것도 구입 전에 고려해봐야 하겠지.
와류형 일반세탁기는 드럼세탁기와 장단점을 반대로 생각하시면 될 듯.
결국 편한 것 위주로 생각한다면 드럼세탁기가 좋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옷감손상을 줄이는 요령을 갖췄다면 일반세탁기가 여러 모로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 세탁준비물

세탁기를 제대로 쓰기 위해 옆에 준비해 두셔야 할 것들이 몇가지 있다.
섬유 종류에 따른 알칼리성 세제와 중성세제 그리고 섬유린스는 이미 갖고 있으시겠지.
그 외에 두개 이상의 빨래바구니, 크기가 다양한 세탁기용 그물망 여러개, 대야를 준비하셔야 한다.
그리고  낡은 수건, 스폰지, 500~1000ml 정도 되는 플라스틱 밀폐통이 필요해.
각각의 준비물들이 어떻게 쓰이는 지는 지금부터 세탁기를 사용하는 순서대로 쫓아가면서 알아 볼거다.

◎ 세탁물 분류하기

일단 빨래를 색상이 어두운 것과 밝은 것으로 나눠서 따로 세탁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손빨래를 해야하는 것들은 아예 세탁기에 넣지 말아야 나중에 후회가 없으실 거야.
이불이나 코트처럼 큰 빨랫감과 양말, 속옷처럼 작은 것을을 같이 세탁기에 넣으면 큰 놈들이 작은 애들을 감싸버려서 세탁이 제대로 안되니까 따로 세탁해야 한다.
주머니에 든 동전이나 머리핀, 뗄 수 있는 금속 장식품, 옷에 묻은 흙이나 모래는 미리 없애주셔야만 해.
요런 것들이 세탁기에 들어가면 고장의 원인도 되지만, 세탁되는 동안 계속 옷과 마찰을 일으켜 손상을 줄 수도 있거든.
만약 오염이 심한 세탁물이 있다면 요것도 따로 세탁해주시는 센스가 필요하다.
오염이 심한 것과 덜한 것들을 한꺼번에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깨끗한 세탁물이 재오염된다.

지퍼나 단추가 달린 옷은 지퍼와 단추를 잠그고 뒤집어 주셔야 된다.
보풀이 잘 생기는 옷들도 미리 뒤집고, 청바지처럼 물빠짐이 있는 옷들도 뒤집어서 빨면 물빠짐이 더 고와지니까 참고하시기 바란다.
긴 끈이 달린 것들은 끈을 미리 묶어줘야 엉킴을 막을 수 있다.
세탁망은 옷의 손상을 예방하는데 꼭 필요하니까 즐겨 사용하시기 바래.
특히 일반세탁기를 사용한다면 어지간한 옷들은 세탁망에 집어넣는 것이 현명하다.
세탁망에 넣을 때도 분류가 필요해.
두껍고 무거운 섬유들과 가볍고 약한 섬유들은 따로 분류해서 다른 세탁망에 넣어주시길.
세탁망의 크기는 세탁물을 넣고 나서 30~50% 정도 공간의 여유가 있는 놈으로 골라주는 것이 센스.

◎ 세제의 선택과 준비

세제의 종류는 다른 글에서 썼으니까 그걸 읽어주시기 바란다.

세제는 종류와 상관없이 '표준사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써도 세탁력은 더 좋아지지 않고 섬유 손상만 일으킨다.
세제의 표준사용량은 포장용기 겉면에 써 있으니까 꼭 읽어보시기 바래.
세탁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보통 최고 수위일 때 90~100리터이고, 한 단계가 낮아질 때마다 15리터씩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드럼세탁기는 거품이 덜 나고 잘 녹는 전용세제를 사용해야 되고, 표준사용량을 지키는 것이 특히 더 중요하다.
헹굼이 약해서 세제 찌거기가 빨래에 남기 쉽거든.

세제는 종류에 상관없이 사용하기 전에 약간의 준비를 해줘야 된다.
아까 준비한 플라스틱 밀폐통에 표준사용량의 세제를 넣고 물을 70% 정도까지 받은 다음에 완전히 녹을 때까지 밀폐통을 사정없이 흔들어 주시라.
혹시 산소계 표백제 성분을 같이 넣었을 때는 밀폐통을 오래 닫아놓으면 터질 수 있으니까 조심.
세제를 미리 녹이는 것은 세탁력을 높이고 세제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데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니까 꼭 이렇게 사용하시기 바란다.
일반세탁기면 원하는 만큼의 물을 먼저 받고 녹여둔 세제를 넣은 다음 공회전을 3~4번 시켜서 완전히 섞이도록 한다.
드럼세탁기이면 세탁물을 넣은 뒤 물을 받는 동안 세제투입구를 이용해서 녹여둔 세제를 천천히 부어주면 물과 세제가 잘 섞일거야.

◎ 애벌빨래

좀 귀찮은 과정이긴 하지만 얼룩이 있거나 양말, 와이셔츠처럼 특정한 부위에 오염이 심한 옷들은 가벼운 애벌빨래를 해주면 세탁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다.
신경써서 손빨래를 해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귀찮으면 스폰지로 간단하게 처리해 주기만 해도 효과가 좋다.
낡은 수건을 한장 밑에 깔고, 부드러운 스폰지에 아까 녹여둔 세제를 묻혀서 오염된 부위의 섬유결을 따라서 문질러 주시라.
스폰지 대신 솔을 써도 되는데, 보통 시중에 팔고 있는 솔들은 청소용이라 너무 딱딱하기 때문에 옷을 상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쁜 색깔의 착색된 스폰지들은 물이 빠져 옷을 오염시킬 수 있으니까 반드시 착색이 되지 않은 스폰지를 사용하시기 바란다.

◎ 물의 선택.

세탁기에 쓸 물의 양은 일단 모든 세탁물들이 완전히 잠길 수 있는 높이여야 한다.
전골이나 찌개처럼 물이 자박자박해서는 빨래가 제대로 되지도 않고 옷감만 상한단 말이지.
일반세탁기일 경우 아까 미리 받아놓고 세제를 녹인 물에 세탁물들이 충분히 젖어서 잠기도록 푸욱 눌러주실 것.
세탁물이 물 위로 둥둥 뜨면 물과 세제에 닿는 부분이 적으므로 당연히 세탁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물의 온도는 세탁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물온도가 너무 낮으면 세제의 용해도가 떨어지고 반응성도 떨어져 세탁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물온도가 높을수록 때가 깨끗하게 지겠지만, 섬유의 손상도 같이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해.
일단 옷의 변형과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찬물 사용이 원칙이다.
여름에는 수돗물의 온도가 20℃ 이상 되기 때문에 굳이 온수를 섞지 않아도 세탁이 잘 되지만, 한겨울에는 온수를 좀 섞어주는 것이 세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거야.

대로 보일러에서 쏟아지는 뜨거운물만 그대로 세탁기에 부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하실 것.
세탁기의 삶기 기능은 순면기저귀 빨 때에만 써먹을 수 있는 정말 쓰레기같은 기능이니까 옷을 세탁할 때는 절대 쓰지 마시길.
물의 온도는 흰색, 연한 색의 옷들을 세탁할 때에는 35℃ 이하, 진한 색의 옷들은 3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40℃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 것은 세탁전문가도 아주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삶아빨기' 방법에 해당한다.
조금 더 깨끗하게 빨아보겠다고 섣불리 시도해 봤다가는 낭패보기 딱 좋다.

◎ 헹굼, 탈수, 건조 기능

일반세탁기를 사용할 때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헹굼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섬유유연제를 들이 붇는 것이다.
섬유린스에 대한 글에서 따로 썼으니까 자세한 건 생략하고, 아무튼 표준 사용량만 사용하시라고.
만약 여기까지 오는 과정을 모두 잘 지켜줬다면 추가 헹굼은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래도 찜찜하게 여겨지거든 가볍게 한 번만 추가헹굼을 하시기 바란다.
추가 헹굼 과정에서 쓰는 물은 찬물을 써야 말릴 때 구김이 덜하니까 참고하시기 바래.

세탁망을 사용했으면 탈수 과정에서 일어나는 섬유의 변형이나 손상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일반세탁기의 경우 탈수과정은 보통 10분 가까이 돌아가는데 꼭 이 과정이 끝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세탁기 배수구를잘 지켜보면 처음 3분이 지나면 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 뚜껑을 확 열어젖히지는 위험한 짓은 하지 마시라.
정지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멈춰 줄테니까.

드럼세탁기는 건조기능이 붙어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기능만큼은 정말 사용하지 말았으면 하는 기능이다.
제대로 마르지도 않으면서 전기는 엄청나게 먹을 뿐만 아니라 만약 덜 지워진 오염이나 세제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옷에다 말려붙여버리기 때문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기능이다.

◎ 세탁기 관리하기

지금 멈춰 있는 세탁기에 머리를 들이밀고 냄새를 한 번 맡아 보시기 바란다.
무슨 냄새가 나지?
퀴퀴한 곰팡내나 쉰내가 난다면 세탁기 관리를 너무 안해주셨다는 증거다.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좋아하지 마시라고.
습관적으로 세제나 섬유유연제를 너무 많이 쓰셨고. 지난번 빨래는 제대로 헹궈지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평소 세탁기에서 관리해줘야 하는 부분은 두가지다.

CCL by dotbenjamin


먼저 보풀과 실밥을 제거해주는 거름망 부분이다.
세탁기마다 달려있는 위치와 모양은 다르지만 자주 청소해 줄수록 좋은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모인 실밥은 때와 세제찌꺼기와 곰팡이를 저축하는 기능을 하니까 틈날 때마다 자주 치워주시는게 여러모로 이롭다.
다음은 세탁조를 청소해주는 거다.
세탁조는 안팎으로 천천히 때가 끼는데, 언제나 습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그냥 놔두면 곰팡이도 피고 세균도 잘 자란다.
요즘 나오는 드럼세탁기에는 세탁조 청소기능이 있으니까 매뉴얼대로 해주시면 된다.
우리집 세탁기에 그런 기능이 없으면 마트에 갔을 때 세제코너에서 '세탁조 청소용 세제'를 하나 사오시기 바란다.
사용 방법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설명하긴 어렵지만 포장 겉면에 자세히 써있을테니까 그대로 잘 따라하면 되는데, 쓰는 것보다 잘 헹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세탁조 청소는 자주 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시다면 지금 당장 한 번 해보는 것이 좋다.
세탁기가 생각보다 끔찍한 상태일 수 있거든.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바른 세탁법'에 관한 글들입니다.

▶ 빨래는 과학이다
▶ 세제, 바로 알고 바로 쓰기
▶ 향기 나는 섬유린스?
▶ 손빨래 제대로 하기
▶ 세탁기, 제대로 쓰고 계신가요?
▶ 드라이클리닝 해주세요
▶ 청바지의 올바른 세탁법


댓글 1개:

  1. 헐~ 다음 번에 빨래할 때 한번 해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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