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손빨래 제대로 하기

"중성세제로 미지근한 물에 손빨래 하세요."
이건 옷을 사면 세탁시 주의 사항에서 자주 듣는 얘기다.

그런데, 의외로 손빨래의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잘 없단 말이지.
아마도 집집마다 갖춰진 대형세탁기와 그럴듯한 세탁기 광고 덕분일거야.
세탁기 광고를 보면 어떤 옷이든지 세탁기에 집어넣기만 끝일 것만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단 말이지.
아무리 비싼 세탁기도 옷주인의 세심한 손빨래를 100분의 1도 따라오지 못하고, 어떤 옷들은 반드시 그런 손세탁이 필요하거든.

손세탁을 제대로 하려면, 왜 손세탁을 요구하는지부터 아셔야 한다.
손빨래를 요구하는 옷들은 거의 대부분 세탁 중에 변형, 변색 또는 손상이 걱정되는 소재로 만들어진 옷들이야.
옷주인이 눈으로 봐 가면서 조심스럽게 세탁해 달라는 것이지.
세탁기가 없던 시절처럼 옷을 때려잡고 짓밟는 손빨래를 해서는 곤란해.
그럼 제대로 손빨래하는 방법을 한 번 알아볼까?

◎ 세제의 종류 알고 사용하자. 
   
세제를 잘못 택하면 아끼는 옷의 형태가 변하거나 얼룩이 생겨서 다시는 입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세제의 종류와 각각의 특징, 결점을 먼저 아셔야지.
자세한 건 다른 글에서 벌써 얘기했으니까 그걸 읽어 주시기 바라고 간단히 요약해보자.
먼저 세제 겉포장의 품질표시, 성분표시를 보시기 바래.
가정용 세제는 제1종 약알칼리성의 분말 세제, 제2종 약알칼리성 및 중성의 액상 세제, 제3종 중성 세제로 나뉘어 표시되어 있다.
제1종은 우리가 제일 흔히 쓰는 세탁기용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제 2종의 경우 요새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액상 세제, 제 3종은 흔히 울비누라 부르는 것들이야.
세제의 성분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은 형광증백제라고도 하는 형광제가 배합되었는지 여부다.
흰옷은 더욱 하얘지지만 표백하지 않은 천연 소재이거나 색이 엷은 옷에 형광제를 사용하면 색이 바래는 경우가 있으니 적절하지 않아.
손빨래 대상인 옷들은 대부분 약하기 때문에 형광제가 들어 있지 않은 중성세제를 사용하시는 것이 권장사항이다.

◎ 흰옷, 색깔옷 구별은 기본 중의 기본
   
물빨래를 한 번 했더니 색이 빠져서 옷을 망친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으실 거야.
더 큰 문제는 함께 세탁한 흰옷이나 연한 파스텔 계열 색상의 옷에 이염 된다는 것이지.
최근 수입 의류가 많아졌는데 수입품은 국산품과 비교해 품질 관리가 엄격하지 못해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Made in Italy, Made in USA라고 해서 안심하지 마시기 바래.
품질이 더 좋다는 보장은 누구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섬유의 생산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잖아.
실제로 내가 갖고 있던 Versa**의 티셔츠는 열번 넘게 손세탁을 하는 동안에도 매번 물이 빠지더라.
진한 색상의 옷은 찬물로 세탁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색이 진한 옷은 일단 눈에 잘 띄지 않는 옷자락 끝을 사용할 세제액에 담그고 가제 수건으로 싹싹 문질러 테스트해보시고 빨래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 불려서 빨기 
   
일반적으로 세제를 푼 물에 빨랫감을 담가뒀다가 빨면 더 깨끗한 빨래가 된다고 알고 계시지.
이건 절만은 맞고 절반은 틀린 상식이다.
섬유에 묻은 오염의 형태에 따라 얘기가 달라지거든.
오염이 섬유조직의 속까지 파고 들지 않고 겉에만 묻은 경우라면 불리는 동안 때가 섬유 속까지 파고들도록 만들기 때문에 불리기는 적절하지 못해.
세제를 푼 물에 세탁물이 충분히 적셔지면 즉시, 또는 5~10분만 기다려서 빠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반면에 이미 오염이 깊이 까지 파고든 찌든 때에는 불려서 빨기가 아주 효과적이다.
특히 양말, 와이셔츠의 옷깃과 소맷부리, 베개커버, 운동복, 테이블보, 진흙때, 땀과 피지 분비물 같은 단백질 때를 제거할 때 효과적.
불린다고 해서 꼭 옷 전체를 모두 다 담궈둬야 하는 건 아니야.
오염이 심한 부분만을 불릴 수도 있다.
찬물보다는 30~35℃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1~2시간 정도 담가 놓는 것이 좋다.
만약 울 성분이 포함된 섬유라면 30℃이하의 물을 사용하시고, 섬유에 상관없이 40℃ 이상의 뜨거운 물은 변형과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절대 사용하지 마시길. .
그리고, 빨래를 담그기 전에 먼저 세제를 물에 완전히 녹이는 것이 세탁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

◎ 손빨래의 방법들
   
1. 눌러서 빨기

손빨래의 가장 기본적이인 방법으로 옷감을 손상시키지 않고, 주름도 잘 생기지 않는다.
양손으로 가볍게 세탁물을 누르면서 빠는 방식으로 세제액이 섬유로 스며들 수 있도록 돌려 주면서 눌러 빤다.
세제액이 섬유 조직 사이를 통과하는 동안 세탁이 되는 원리.
두꺼워서 물에 젖으면 무거워지는 스웨터, 니트 같은 옷은 눌러서 빨아주자.
들어올리고 뒤집고 흔드는 동안 옷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2. 주물러 빨기
손빨래 중 가장 강력해 때가 잘 빠진다.
세탁물을 빨래통 속에 담그고 가볍게 주물러주는 방법으로, 역시 세제액이 섬유조직 사이를 통과할 수 있도록 부분 또는 전체를 손으로 반복해서 주물러 주시라.
세탁효과는 흔들어 빨기보다 좋으나 주무르는 것이 심하면 탈색될 우려가 있다.
면, 마, 합성 섬유로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엔 얇아서 금세 해질 것 같은 옷들을 빠는 방법.

3. 흔들어 빨기
세탁물을 세제용액에 담그고 좌우 또는 상하로 흔들어서 용액을 유동시켜 세탁하는 방법.
세제액이 세탁물과 평행으로 움직이므로 세탁효과는 썩 좋은 편이 옷되지만 섬유 손상이 적다.
울, 양모 처럼 쉽게 손상되는 섬유에 적당하고, 원래 때가 쉽게 빠지는 천인데 색이 진해서 물빠짐이 있는 경우에 쓰는 방법이다.
대개 물실크나 아세테이트, 레이온으로 만든 블라우스, 스카프류겠지.
빨랫감에 비해 여유있게 큰 대야를 사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4. 스펀지 빨래
세탁물을 세액에 담갔다가 평판 위에 놓고 솔이나 스폰지로 문지르시는 방법.
비교적 옷의 변형, 섬유의 손상이 적고 세탁효과가 좋아서 모직물과 같은 특수한 것을 제외하고 청바지같은 두터운 면 직물에 적합한 방법이고, 부분세탁에 적당한 방법이다.
섬유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솔이나 스폰지를 선택하시는 것이 주의사항.
스펀지에 세제액을 묻혀 두드리면서 때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옷감의 손상이 전혀 없는 매우 소프트한 방법이라 양모, 실크, 스웨터의 옷자락, 소맷부리, 옷깃 등 쉽게 더러워지는 부분의 부분 세탁에 적합하다.

5. 비벼빨기
세탁물에 비누를 칠하거나 세제용액에 담갔다가 두 손 사이에서 또는 빨래판 위에서 비비는 방법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세탁방법이다.
세탁효과는 매우 좋아 부분세탁에 쓸 수 있지만, 섬유손상이 심해 세탁기빨래보다 더 큰 섬유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옷깃, 소매끝 등의 심한 오염부분, 면직물이나 마직물과 같이 내구성이 큰 직물의 찌든 때 외에는 절대 쓰지 마시길.

6. 밟아 빨기
시트, 담요, 이불 커버 같은 대형빨래에 유용하겠지만, 이 방법은 손세탁이 아니라 발세탁이다.
손세탁 의류를 이렇게 다루시면 절대 안된다.

◎ 탈수와 건조.

조심스럽게 손빨래한 옷을 탈수기에 집어넣고 휙 돌려버리면 손빨래의 노고를 80%는 그냥 날려버리시는 것.
있는 힘을 다해 비틀어서 짜는 것은 더욱 안될말이고, 건조기를 사용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시기 바란다.

면, 마, 모직과 같이 비교적 늘어짐이 적은 섬유는 세탁망에 넣고 30초 이내로 탈수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급니트류처럼 변형이 걱정되는 섬유라면 물이 빠질 때까지 평평한 판 위에 눕혀두고 그냥 기다리시라.
빨래줄에 그냥 주렁주렁 널어두면 젖은 섬유의 무게 때문에 늘어나고 변형이 생겨버린다.
말릴 때는 옷 모양을 어느 정도 잡은 상태에서 평평하게 눕혀 말리도록 하자.
건조시킬 장소의 선택도 중요한데, 손빨래한 옷이라면 거의 대부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리도록 권장하고 있을거야.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베란다 정도면 빨래를 말리기 좋은 장소라고 볼 수 있다.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바른 세탁법'에 관한 글들입니다.

▶ 빨래는 과학이다
▶ 세제, 바로 알고 바로 쓰기
▶ 향기 나는 섬유린스?
▶ 손빨래 제대로 하기
▶ 세탁기, 제대로 쓰고 계신가요?
▶ 드라이클리닝 해주세요
▶ 청바지의 올바른 세탁법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