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T셔츠 이야기


T셔츠는 한때는 남에게 내보이기 부끄러운 속옷이었는데, 1970년대에 와서 하나의 이동식 미디어가 되었지.
좋아하는 가수, 맥주, 만화속 영웅에서부터 각종 익살스러운 표현과 음담패설, 심지어는 구직광고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이 다 등장하는 인체광고판이 된 거야.
중개업자들과 통조림 제조업자들은 가슴의 광고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대에게 힘이 있기를" 이라고 쓴 아이들부터 "올드파워"를 주장하는 노인들에 이르기가지 누구든 T셔츠를 입기만 하면 그것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셈이었던 거야.

국 남자들이 처음으로 T셔츠를 입게 된 것은 1차 세계대전 때였다고 해.
그 당시 군대에서는 위아래가 붙은 모직내의를 지급했는데, 이게 무척 따끔거려서 입기가 불편했던 거지.
그러던 중에 명주와 면 혼방으로 짠 소매가 짧은 프랑스제 이너셔츠가 나오자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그것은 T자처럼 생겨서 T셔츠라고 불리게 되었던 거다.
그러자 곧 흰 색의 T셔츠는 신사들에게 필수적인 내의가 되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클라크 게이블은
1934년에 들어 T셔츠 업계를 회생불능의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대.
게이블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어느날 밤에 생긴 일'에서 클로테르 콜베르와 커튼 한 자락만을 사이에 두고 거침없이 옷을 벗어 콜베르를 깜짝 놀라게 해.
그런데 관객들이 놀란 것은 게이블이 옷을 벗어서만이 아니라. 속셔츠를 안입고 있었기 때문에 더 놀란 거지.
그 후 T셔츠는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그러다가 10년쯤 지나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말론브란도가 섹시한 T셔츠 차림으로 걷는 장면이 나온 다음에야 경기가 다시 반짝 살아나기 시작했어.
그 때는 물론 T셔츠를 겉옷처럼 입는 것이 대유행이었지.

이비드 록펠러 여사는 아메리카컵 요트대회에 수퍼맨 T셔츠를 입고 나타나서 당시로서는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텍사스의 두 소년은 여배우 파라포시트-메이저스의 거의 옷을 입지 않은 모습을 프린트한 T셔츠를 입고 학교에 다니다가 저속하다는 이유로 정학을 당하기도 했고.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는 손톱으로 긁으면 피자나 생선, 초콜릿, 마늘 냄새가 강하게 나는 T셔츠가 유행하기도 했어
어느 10대 아이는 '우리가 모두 서로를 원숭이처럼 긁어대면 냄새가 코를 찔러요'라면서 자랑했다는데.

No Bush

전평화운동에서부터 워터게이트 사건에 이르기까지, T셔츠는 정치적으로 눈에 띄는 역할을 해왔다.
우간다의 독재자였던 이디 아민조차도 자기 초상화를 새겨 넣은 약 6만장의 T셔츠를 네덜란드의 의류업체에 주문했을 정도였지.
그러나 네덜란드의 노동자들은 아민의 주문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자기를 선전하려던 이디 아민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어.

T셔츠는 노사분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한번은 어느 노동자가 외설스러운 내용이 쓰여진 T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출근을 저지당하면서 분쟁이 일어났는데, 이 사건은 결국 중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중재위원회의 결정은 회사가 저속한 언행을 보고 인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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