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향기 나는 섬유린스?


제 얘기를 했으니까 덤으로 섬유린스 얘기도 좀 해야겠다.

섬유린스, 섬유유연제 같은 이름보다는 보통 상품명으로 많이 부르고 있는데, 의외로 얘가 하는 일이 뭔지 얼마나 써야하는 건지 잘 모르는 언니들이 종종 있더라.
섬유린스는 상품 설명에 따르면 세탁 후에 섬유를 부드럽게 하고, 정전기를 방지해주고, 향기도 나게 해준다고 한다.
덕분에 세제와 같이 세탁기에 꼭 넣어줘야 하는 걸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요런 작용을 하는 건지부터 먼저 살펴보자.

저, 이 섬유린스라는게 만들기 별로 어려운 상품이 아닌데다가, 좀 비싸게 받아도 잘 팔리는 경향이 있는 상품이거든.
그래서 여러 회사에서 만들고 있고, 자연스레 각종 부가적인 기능을 담은 상품들도 나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공통적인 기능은 세탁물에 남은 세제 성분을 없애준다는 것.
물빨래를 할 때 쓰는 합성세제들은 주로 알카리성에 음이온을 띄고 있다는 건 다른 글에서 읽어서 알거다.
이 세제 성분이 빨래한 다음에도 섬유에 남아있으면 옷이 뻣뻣한 느낌도 들고 정전기도 생긴다.
섬유린스는 세제와는 반대로 산성에 양이온을 띄고 있거든.
빨래를 헹굴 때 사용해 주면 알카리성을 중화시켜 주고, 음이온도 없애준다는 얘기지.
그래서 섬유린스를 적당하게 사용해주면 빨래들이 덜 뭉쳐서 말린 후에 구김이 적고, 보송보송해진다.
참, 그런데 설마 이 섬유린스를 세제 넣을 때 같이 넣어서 쓰는 사람은 없겠지?
빨래가 절대 제대로 안될테니까.

런 제품들의 광고를 보면 섬유린스를 쓰기만 하면 옷의 촉감이 엄청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빨래를 할 때 원래 써야하는 양보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섬유린스를 세탁기에 들이붓는다.
특히나 빨아놓은 옷에서 기분좋은 냄새가 나기를 바라는 희망 때문에 때로는 표준 사용량의 10배 이상을 쓰기도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섬유린스병 뒷면에서 표준 사용량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내가 찾아본 P사의 제품같은 경우엔 대형 세탁기를 최고 수위인 90리터에 표준사용량이 60ml로 나와 있다.
소주잔을 꽉 채우면 약 50ml이고 커피자판기의 종이컵이 180ml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온다.
마트에서 파는 제일 큰 병, 5300ml짜리를 하나 사면 100번은 빨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건, 섬유린스 회사에서 고농축 제품도 만들었지만 사람들의 습관때문에 대용량의 예전 제품만 팔려서 마케팅에 실패했 단다.

럼 많이 쓰면 무슨 문제가 있냐고?
제일 먼저, 그 '향기'의 정체를 생각해봐야 된다.
보통 사용하는 방향 성분은 석유계 화합물이라서, 민감한 사람들의 머리를 아프게도 하는 꼭 좋다고 할 수 없는 물질이다.
두번째로, 세제의 알칼리 성분을 중화시키고도 남은 산성 성분이 일으키는 문제다.
일단 피부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장기간 남아있으면서 옷을 누렇게 만드는 황변현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음 번 세탁을 할 때는 빨래가 되기 전에 세제를 중화시켜서 세탁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세탁이 잘 안되니까 세제를 더 많이 쓰게 되고, 그래서 더 많은 섬유린스를 쓰게 되고, 옷감이 더 손상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거다.
 
유유연제를 안쓰거나 덜 쓰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먼저 세탁기에 쓰는 물을 찬물 대신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서 세제가 물에 잘 녹도록 해주고, 헹굼 과정이 끝난 다음에 한번 더 헹궈주는 방법이 있다.
뜨거운 물은 심각한 섬유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절대 쓰지 말길.
그리고, 알칼리성 세제가 아닌 중성세제를 사용했다면 굳이 섬유린스를 쓰지 않고 잘 헹궈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다음으로는 섬유린스 대신에 식초 두세방울만 넣거나, 구연산을 쓰는 방법이 있다.
식초나 구연산을 쓸 때 조심할 점은 산성이 섬유린스에 비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극히 소량만 써야 하는데, 섬유린스에 길든 사람들은 양 조절이 쉽지 않다.
많이 쓰면 옷감만 상하고 냄새도 괴로울거다.

지만, 뭐니뭐니해도 역시 제일 좋은 방법은 섬유린스를 표준 사용량을 잘 지켜서 사용해주는 것.
요즘 나오는 섬유린스들은 살균이나 실리콘 코팅, 구김방지 같은 부가 기능들도 있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소주잔 1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을 명심해주면 되겠다.
위에서 읽은 부작용 때문에 찜찜하다면 섬유린스를 쓴 다음에 맹물로 한 번 더 헹궈주면 좋겠지.
많이 써봐야 마트에 자주 가게 만들 뿐이지 좋을 것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자고.
 


※ 아래는 이 글과 시리즈를 이루는 '바른 세탁법'에 관한 글들입니다.

▶ 빨래는 과학이다
▶ 세제, 바로 알고 바로 쓰기
▶ 향기 나는 섬유린스?
▶ 손빨래 제대로 하기
▶ 세탁기, 제대로 쓰고 계신가요?
▶ 드라이클리닝 해주세요
▶ 청바지의 올바른 세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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