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Nonos Style in 21st. century


"보보스의 잔치는 끝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프랑스의 시사잡지 '르푸엥'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쓴 말이야.

지난 10년 넘게 세계 젊은 세대의 찬사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보보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거야.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은 노노스(Nonos)족이라고 해.

노스란 말을 처음 사용한 곳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패션정보회사 넬리로디라고 한다.
NONOS란 단어를 풀어보면 No Logo, No Brand의 줄임말이라고 해.
로고를 없애고 브랜드는 숨긴다는 거야.
겉으로 드러난 브랜드에 집착하기 보다는 내실을 중시하겠다는 거지.
이런 가치관이 라이프 스타일에 투영되어 자신만의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 그들이 바로 노노스 족이다.

국에서는 노노스족이 약간 왜곡된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20세기엔 자신이 명품족임을 과시하기 위해 명품의 로고와 문양이 큼지막하게 드러난 제품을 선호했지.
그러나 최근 들어 '짝퉁'이 대유행하면서 명품의 희소성이 떨어지니까 오히려 브랜드를 숨긴 명품을 선호하는,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초명품족을 노노스족이라고 부른다는 거야.
굳이 로고를 내붙이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그 디자인과 스타일을 알아본다는 거다.
실제로 압구정의 갤러리아 백화점에서는 몇년 전 가을부터 노노스 브랜드가 로고 노출이 심한 브랜드의 매출 신장율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해.
역시나... 참으로 뛰어난 상술이야...


션업계는 당연히 이런 트렌드를 발빠르게 따르고 있다.
Louis Vuitton은 고유의 LV 로고를 없앤 신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고, Burberry도 특유의 브리티시 체크 대신 새로운 플라워 패턴의 신상품을 내놓았으며, Fendi는 트레이드 마크인 F로고를 없앤 베니티 백을 출시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고유의 로고나 문양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던 명품 업체들이 이렇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숨기기 시작하는 이유는?
노노스족의 파워가 점점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지.
명품 업체들은 지금까지 일관된 색채와 디자인, 로고를 고수하면서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식의 이미지로 마케팅을 해왔다.
그런데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니까 그 욕구를 만족시키기 역부족인 상황이 된거다..
게다가 시즌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과 소재, 실용성을 내세우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크게 앞서나가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전략에 한계가 온 걸 느낀거지.

20세기의 명품족이 완전히 멸종된 건 아니지.
명품족이 진화해 극단적(Extreme)이고 과장(Exaggerate)된 걸 추구하는 익세스(X's)족도 생겼다.
말 그대로 과장된 장식, 화려한 색상, 평범하지 못한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물건의 의미나 가치보다는 다소 허영스러운 장식적 욕구에 충실한 계층이다.
익세스족의 대표 아이콘으로는 데이비드 베컴과 그 부인 빅토리아 베컴이 꼽히고 있어.
얘네들은 세상의 시선을 끌기 위해 점점 더 파격적인 스타일과 야단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장식을 지향하면서 엄청단 돈을 거기 퍼붓고 있어.
아들을 위해 수천만원짜리 유모차를 구입하는 극성까지 보이면서 말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세계의 관심은 얘네들한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단 말이지.
되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건, 조니 뎁과 바네사 파라디 커플 같은 쪽이다.

얘네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입은 턱시도의 브랜드를 묻는 기자 질문에 "동네 양복점"이라고 대답하는 노노스 스타일이거든.

본의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 MUJI)'을 아는지?
무인양품은 말 그대로 브랜드가 없고 품질은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상품을 보면 라벨이나 가격표는 붙어있는데 아무런 로고도 브랜드도 없어.
그 뒤에는 실제로 다나카 잇코, 요지 야마모토, 후쿠자와 나오토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있는데도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이름값은 철저히 배체하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참 답답한 건, 한국에서는 MUJI 자체를 브랜드화하고 있다는 거ㅈ.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디자이너 서상영의 숍에는 간판도 없고 그냥 '비어있음'을 상징하는 커다란 견출지 한 장이 붙어 있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디자이너는 옷을 만들 뿐이고 옷은 그것을 입는 사람에 의해 다시 디자인된다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옷에 브랜드를 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거지.

대를 앞서가는 정신에는 항상 올바른 의미가 있기 마련이야.
보보스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부유하지만 진보적이면서 사치스럽지 않고, 환경과 예술을 사랑하는 정신을 말했었지.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냥 값비싼 아파트나 사들이고 유기농 식품을 먹으면서 입으로만 지구온난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변질되었다.
노노스도 실용성과 본질적인 가치, 그리고 자기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정신이 그 핵심이야.
뜻도 모르고 유행만 좇는 사람들 때문에 그 본질이 왜곡되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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